툭하면 '완화'… 야금야금 풀다 아예 규제 철폐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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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들어 각종 특례법을 통한 수도권규제완화 조치로 공장과 대학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에 조성 중인 판교테크노밸리 항공 사진 모습. 연합뉴스

수도권 규제가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특례법의 제정으로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수도권 지자체와 정치인들은 각종 법안 마련을 통해 규제 풀기에 혈안이 돼 있다. 문제는 현 정부 역시 수도권 규제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며 각종 육성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조만간 수도권 규제가 전면적으로 철폐되고, 수도권 쏠림과 이로 인한 지방의 피폐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도권 면적 30%가 공장 신·증설, 이전 가능
과천시 지원특별법 등 4개 법안 국회 계류 중
지방 이전 고려하던 기업들도 수도권 'U턴'


■'야금야금' 풀다보니 이미 구멍 '숭숭'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특별법은 2000년대 들어 속속 제정됐다. 미군기지가 밀집해있어 각종 피해를 입게 된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 차원이었다.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지원특별법에 제정되면서 수도권 전체면적(11,745㎦)의 30% 가량에서 공장과 대학 등의 신·증설 및 이전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용산 미군기지가 이전하는 평택시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인천시 일대에도 규제가 풀렸다. 최근 경기불황의 여파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까닭에 아직까지는 제한이 풀린 지역으로의 입주가 본격화된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삼성공장과 평택항이 있어 지역경기가 좋고, 지가 상승 기대감이 높은 평택시에는 2009년부터 70개의 제조업체가 공장을 짓는 등 기업들의 '경기도 러시'는 뚜렷하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공언하면서 타지방 이전을 고려하던 기업들조차 수도권으로 'U턴'하고 있다는 것이 부산을 비롯한 타지자체의 전언이다.

이처럼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별법 대상지역이 확대되면서 수도권의 제조업체 입주 제한조치는 상당수 풀린 상태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관계자는 "경기도 내 각종 규제는 수도권정비계획법보다 군사시설로 인한 제한이 훨씬 크다"며 "대기업들이 공장 신·증설에 애로를 느끼는 사례가 가끔 있긴 하지만, 이는 워낙에 넓은 입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원인이 더 크다"고 말했다.



■수도권 "이참에 규제철폐"

수도권 지자체와 정치권은 지난 2009년부터 수도권 규제완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국회에는 수도권 의원들이 발의한 규제완화 법안 4건이 계류 중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2009년 4월 지역구인 과천이 정부청사 이전으로 공동화된다며 이 지역 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첨단산업체 및 R&D(연구·개발)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한 과천시 지원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백원우(경기 시흥갑) 의원과 한나라당 한기호 의원(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이 지난해 7월과 11월에 각각 대표발의한 접경지역지원법 개정안은 기존 접경지역지원법을 특별법으로 상향시켜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앞서 차명진 의원이 2009년 9월 대표발의한 수도권 계획·관리법안은 아예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 들어서도 연평도 등 서해 5도 및 옹진·강화·연천 지역을 수도권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도권 지자체에서 제기돼 한나라당이 이를 적극 검토 중이다.

여기에 현 정부 역시 수도권 정책의 방점을 '완화' 또는 '철폐'에 찍고 있다.

실례로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008년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 및 이전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지식경제부가 경제자유구역, 주한미군반환공여구역 등 개발이 확정된 지구 내 산업단지의 공장총량 규제를 없앴다. 특히 최근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토해양부의 연구용역보고서가 공개돼 지방으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대해 의원은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낡은 정책'으로 규정하면서 지방에 차별화된 발전전략을 요구하는데, 갓 태어난 아기에게 걸으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지방이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수준까지는 수도권 규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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